대한탁구협회 유승민 회장(왼쪽)과 픽셀스코프 권기환 대표가 8일 메인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월간 탁구 안성호 기자한국 탁구가 재도약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전문 선수는 물론 동호인까지 국내 전 경기 중계를 목표로 내건 것. 여기에 엘리트 선수처럼 동호인들의 경기 데이터까지 구축해 저변을 획기적으로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대한탁구협회(KTTA)는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파크하비오 호텔에서 메인 스폰서 계약 체결식을 열었다. 스포츠 비전 전문기업 픽셀스코프에서 2년 동안 10억 원 이상을 후원받는 조건이다.
픽셀스코프는 언뜻 보기에 생소한 기업이다. 특히 협회는 유승민 회장 이전 수장이던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이 10년 이상 지원을 했고, 최근에는 신한금융그룹의 후원도 받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협회 메인 스폰서가 낯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 회장이 2주 만에 스폰서를 픽셀스포크로 전격 결정한 이유가 있었다. 유 회장은 이날 체결식에서 "흔히 메인 스폰서는 대기업이라는 인식이 있어 낯설 수 있다"면서도 "단순한 스폰서십을 넘어 탁구 판도를 바꿀 만한 협약"이라고 강조했다.
픽셀스코프는 2018년 창업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16명 직원의 평균 연령 34세일 정도로 젊다. 그러나 사업 자체는 간단치 않다. 고속 카메라를 기반으로 고도의 알고리즘을 적용한 스포츠 분석 시스템 공급 사업체다. 현재 프로야구, 프로배구, 국내 스크린 스포츠 업체들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한 마디로 경기를 고속 카메라로 찍어 공의 궤적과 선수들의 스텝 등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데이터화하는 기술이다. 이런 데이터들이 그래픽으로 구현된다. 픽셀스코프 권기환 대표는 "고속 카메라로 경기를 3차원으로 분석한다"면서 "에지와 서브 토스 높이 등 비디오 판독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픽셀스코프의 실시간 경기 분석 데이터 시연 모습. 공이 테이블에 떨어진 지점들과 스트로크 스피드가 기록된다. 협회
여기에 엘리트 경기는 물론 현재 협회가 진행 중인 디비전 리그 등 동호인 대회까지 중계와 데이터 분석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권 대표는 "카메라만 설치하면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무인 중계도 가능하다"면서 "엘리트 대회는 프로페셔널 버전으로 고기능 카메라를 쓰지만 동호인 대회는 라이트 버전으로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탁구의 가능성을 보고 1년 동안 프로그램을 준비해왔다"고 강조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출신 유 회장은 "동호인들의 바람은 '나도 선수처럼 하고 싶다'는 것"이라면서 "이번 협약으로 동호인 대회를 선수처럼 중계하고 데이터까지 쌓인다면 탁구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엘리트 대회 중계도 동호인들이 '재미있을 만하면 끝난다'고 아쉬워 했는데 이제는 전 경기를 중계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협회는 자체 유튜브 채널인 KTTA TV는 물론 다양한 매체에 영상과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유 회장은 "1월부터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는데 마침 픽셀스코프와 함께 하게 됐다"면서 "당구 종목이 메이저 방송사에서 중계되고 있는데 탁구도 전 경기 풀타임 중계가 이뤄지면 노출 효과가 있어 당구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회는 "단순 스폰서십 후원을 넘어 국내 최초로 스포츠 기술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과 체육 단체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최근 급부상하는 스포츠 데이터화를 도입해 선수에게 정확한 코칭, 시청자에게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재미와 분석 요소를 제공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유 회장과 권 대표를 비롯해 협회 유남규, 김홍균 부회장과 김택수 전무이사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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